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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토도] 어리광

it217 2016. 11. 7. 21:51

토도마츠는 어리광이 많다. 이건 특유의 성격이나 막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차남 카라마츠때문이다.


카라마츠는 어릴 때부터 토도마츠를 아꼈다. 네 명의 동생 중에서 가장. 워낙 많은 형제 탓에 부모님이 같이 다니라고 두 명씩 엮어주셨는데, 그 여파또한 있을 것이다. 원체 고집이 세고 이기적인 성격인 토도마츠는 잘 받아주고 상냥한 카라마츠에 의해서 어리광이 많은 성격으로 길러졌다. 다들 공평하게 받은 간식을 더 먹고 싶어하면 카라마츠는 흔쾌히 자신의 것을 나눠주었고, 형제들의 물건 중에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카라마츠가 직접 빌려다 주곤 했다. 다른 형제들은 입을 모아 너무 위해주지 말라고 잔소리했지만 카라마츠는 내가 좋아서 하는 행동이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선을 긋고 그것을 넘어가면 단호해지는 카라마츠의 성격을 잘 아는 형제들은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점차 그 잔소리를 그만 두었다. 나이가 먹어감에 있어서 설마 이 나이까지 어리광을 부리겠어.라는 생각도 한 몫했다. 하지만 카라마츠의 선은 토도마츠 한정으로 굉장히 유했고, 토도마츠는 나이를 먹을 수록 더 심한 어리광을 부렸다. 다른 형제들은 손을 놓을 정도로. 


하지만 다른 형제들이 모르는 둘 만의 법칙이 생기긴 했다. 토도마츠는 남을 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카라마츠가 힘들어하는 것은 싫어하기에 본인이 보는 카라마츠의 기준으로 힘들어 보이는 것은 딱히 시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패션을 바꾸라고 한다던가의 이야기같은 것. 토도마츠는 카라마츠의 그 자체를 좋아하는 편인데다가 -물론 그렇다고 안쓰럽지 않다던가 같이 다닐 때 부끄럽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행동 자체가 카라마츠에게 꽤 힘들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라마츠는 토도마츠가 진짜로 원해서 말하는 것과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서 하는 말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금방 눈치 채겠지만, 눈치가 없는 편인 카라마츠에게 있어서는 큰 발전이다. 


하지만 나름 토도마츠의 어리광 전문가라고 할 수있는 카라마츠도 가끔 모르는 경우가 있다. 


"흐응.....혀엉...그만...아..읏"


이럴 경우이다.


카라마츠는 보통의 눈치가 없다. 아무리 흥분해 있어도, 토도마츠의 그 말 한 마디면 행동을 그만둔다. 이유는 당연하다. 섹스란 서로가 좋아야 하는 행동인데, 그만이라는 말은 힘들다거나 아프다는 뜻일 테니. 그리고 그가 행동을 그만두는 순간 토도마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뭐야?라는 질문을 한다. 그러면 카라마츠는 그만이라고...라고 말하며 멍청하게 서있다. 토도마츠는 아 됐어! 라는 말과 함께 뒤돌아 자버리거나, 옷을 챙겨입고 나가버리곤 한다. 카라마츠의 입장에서는 그만 하고싶다는 소리에 멈추었고, 그 이후의 토도마츠의 행동도 행위를 그만두는 행동으로 이어졌기에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토도마츠는 한동안 카라마츠의 근처에도 오지 않는 것이다. 오랜 기간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이것은 삐진 것이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알 수가 없었다. 어느 부분에서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지. 누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형제들은 죄다 동정인데다가, 토도마츠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것은 본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에게 묻는 순간 이 자리를 뺏길 것같다는 알량한 자존심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도대체가....'


카라마츠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 그의 간접경험의 최대인 AV를 봐도 여성이 그만이라고 하는 표정은 정말이지 괴로워보였고, 카라마츠는 토도마츠가 괴로워하는 것은 정말로 싫었다. 하지만 지금이 벌써 네 번째. 키스와 약간의 애무 이후로는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카라마츠에게 진도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는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하지만 어제였던 네 번째의 시도에서 토도마츠의 그만이라는 말에 그만둔 그에게 토도마츠가 크게 화를 냈기 때문이다.


"형은 내가 좋기는 해?"


라는 말을 하면서. 카라마츠는 그 말을 듣고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 아니라며 그에게 달콤한 말을 속삭였지만 토도마츠는 그 말을 전혀 듣지 않고 등을 돌리고 잘 뿐이었다. 카라마츠는 이제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다.



-



보통 이런 행동을 시작하는 것은 토도마츠로, 데이트 이후에 피곤하다며 미리 알아둔 모텔로 데리고 간다. 그러면 카라마츠는 설레고 흥분되는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피곤하다는 연인을 재우기 위해 깨끗히 씻겨주고 가운도 챙겨 입혀주고 옆에 누워 자장가를 불러준다. 그럼 토도마츠는 애교섞인 표정으로 잠이 오지 않으니까 굿나잇 키스를 해주세요 따위의 말을 하며 그를 이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분위기가 끌어오를 즈음에 토도마츠는 예의 그 말을 해버리는 것이다. 그럼 또 그 일의 반복.


카라마츠는 이제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 토도마츠를 빤히 쳐다봤다. 토도마츠는 입을 삐죽 내민채로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카라마츠는 생각에 잠겼다. 그 상황에서 토도마츠의 말을 들으면 토도마츠는 싫어한다. 그럼 내가 너의 말을 듣지 않고 내 멋대로 해도 된다는 뜻인건가? 카라마츠는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그가 토도마츠에게 동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그의 성욕보다 배려심 -배려를 하는 멋진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조금 더 높을 뿐. 하지만 토도마츠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절대 배려가 아니다. 지금 그에 대한 결과로 토도마츠와 자신의 관계 또한 흔들리고 있으니까. 


카라마츠는 큰 다짐을 했다. 다음에는. 꼭 이러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 다짐이 무색하게 한 달이 넘게 데이트는 커녕 서로 말을 한 적도 없었다. 토도마츠는 카라마츠와 집에 둘이 있는 상황이 되면 약속을 잡고 나가버렸고, 카라마츠가 말을 걸어도 무시를 했다. 평소에 무시를 잘 당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꽤 심했다. 잠자리에서 마저도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잤으니까. 형제이기에 딱히 약속을 잡지 않아도 말을 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자신이 너무 안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달이 넘어가자 그는 더이상 토도마츠가 자신에게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해지는 상황이다. 카라마츠는 급하게 데이트코스를 짰다. 토도마츠가 좋아했던 패밀리 레스토랑과 디저트 카페 그리고 분위기 좋은 모텔. 알바나 다른 돈벌이를 하지 않는 그이기에 모아둔 남은 돈을 다 털어서 준비한 꽃다발까지. 만반의 준비를 한 그는 최대한으로 꾸민 후에 심호흡을 하고 토도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형제여. 괜찮다면 지금 나와 함께 데이트를 하지 않겠는가?"

"음...그러지뭐."


생각보다 쉽게 승낙하는 토도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는 안심했다. 어쩌면 오늘 잘 풀릴지도 모르겠다. 토도마츠는 그를 보지도 않고 대답한 후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그가 예약한 레스토랑에 와서도 딱히 그를 보지 않았다. 핸드폰만 만지작 거릴 뿐이었다. 카라마츠는 디저트 카페에서 준비한 꽃다발을 건냈고, 토도마츠는 그제서야 눈을 마주보면서 뭐야 안쓰럽네~하고 조금 웃었다. 그 이후로 조금 마음이 풀린 듯한 토도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는 환하게 웃었다. 주문한 파르페를 먹는 토도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는 마지막 코스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형제여. 혹시 지금 피곤하지는 않은가?"

"응? 딱히...아...음...글쎄?"


토도마츠는 그의 질문을 듣고는 별 생각없이 답을 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눈치 채고나서는 곧바로 좀 생각하는 듯 하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카라마츠를 보고는 웃었다. 카라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가끔 토도마츠가 주인 잃은 강아지같다는 표현을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한참 웃다가 그를 마주보고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조금 피곤한 것 같네~"


그 말에 카라마츠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토도마츠는 그 모습이 진짜로 강아지같아서 크게 웃고 말았다.


-


카라마츠가 잡은 방은 생각보다 좋았다. 그는 평소처럼 토도마츠를 씻겨주기위해 같이 욕실에 들어가려 했지만, 저지당했다. 침대에 앉아 방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조금은 욕심을 내도 된다. 연인이 양보해준 것이다. 라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카라마츠는 설렘에 안절부절 못하고 침대에서 일어나서 방을 걷기도 하고 괜히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페트를 만져보기도 했다. 


길다면 길었을 기다림 끝에 토도마츠가 나왔다. 카라마츠는 곧바로 샤워하고 난 토도마츠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형제끼리 목욕을 하는 도중에는 눈에 띄어버리니까 자세히 볼 수가 없고, 같이 샤워를 할 때는 그럴 정신이 없었다. 토도마츠가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머리를 감겨줄 때는 차가운 물로 하되, 두피 마사지 또한 해줘야 하며 몸을 씻길 때는 부드럽게 하되, 간지럽게는 하지 않게 해달라는 등의 요구에 정신이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는 샤워를 끝마친 연인의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이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서 그런지 수증기가 모락모락 나는 욕실을 뒤로 한채 서있는 토도마츠는 바스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발개진 두 볼,  붉어진 입술, 노곤하게 풀린 눈. 바스가운의 끈을 깔끔하게 묶은 모습 마저도 귀여웠다. 카라마츠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토도마츠는 예상 못했던 그의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깊게 입을 맞추고는 드러난 목줄기를 따라 혀로 훑었다. 숨이 찬지 색색대는 토도마츠가 그의 어깨를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혀엉...우선...형..씻고..응?"


카라마츠는 토도마츠가 밀치는 팔을 잡고 그의 눈을 마주보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쳤다. 


"아니."

"응?"

"미안하지만 지금은 네 말 안 들을테니까."


뭐?라는 토도마츠의 물음은 그의 입맞춤으로 막혀버렸다. 



-



토도마츠는 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자신의 위에 엎드려 있는 카라마츠의 체온이 뜨거웠다. 무거워라고 중얼거렸지만 그 무게감이 싫지는 않았다. 토도마츠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결국 네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자기 마음대로 된 것이다.


그만이라는 말을 하면 말 잘듣는 강아지같은 연인은 곧바로 그만 두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토도마츠가 그렇게 길들여왔으니까. 그런데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그만이라는 말을 한 이유는  리드하는 카라마츠가 좋았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리드하는 것은 뭔가 민망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흥분했을 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카라마츠에게 좀 더 동하는 편이었다. 가끔 자신이 큰 잘못을 했거나 다른 형제가 그의 선을 넘어버렸을 때의 그의 표정이나 행동 말투는 정말이지 섹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왕 그와 섹스를 할 것이라면 이런 상황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한 그 나름의 어리광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좀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다. 두 번 쯤은 더 그래야 될 줄 알았거든. 눈치가 워낙 없으니까. 고개를 돌려 침대 옆 협탁에 놓여져있는 꽃다발을 보았다. 예전보다는 눈치가 조금 나아졌네 여전히 안쓰럽긴 하지만. 


토도마츠는 어리광이 많다. 이건 특유의 성격이나 막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차남 카라마츠 때문이다. 끝없이 받아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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