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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쵸로] 창

it217 2016. 11. 7. 21:52

쵸로마츠는 방에 누워 숨을 내쉬었다. 부풀은 유두가 쓰라렸다. 


"오늘만 몇 번째야."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옆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누워있는 자신의 연인에게 꿍얼거렸다. 

그의 연인이자 형인 마츠노 오소마츠는 특유의 이를 드러내고 웃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치만 너도 좋았쟝? 그리고 이런 시간에 둘 밖에 없는 집은 레어하구"


이런 짓을 하라는 신의 계시일지도? 하고 어이없는 소리를 내뱉는 그에게 츳코미를 내릴 힘도 없는 쵸로마츠는 바지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다시 누워버렸다. 일어날 기운도 없었다. 찝찝해. 방은 행위로 인해 후끈했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봤다. 해가 지고 있었다. 


'창문...열고싶다...'


아직 3월이기에 창문을 닫고 있으면 덥지만 창문을 열면 상쾌한 봄바람이 들어올 것이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체력도 좋은 그는 몇 번의 행위에도 별 타격이 없는 듯 엎드려서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쵸로마츠는 눈을 반 쯤 감고 입을 열었다.


"혀엉.."


자신이 내뱉은 쇳소리에 놀랐지만 목을 가다듬을 기운 조차 없었다. 


"창문 좀..."


아. 졸리다. 체력은 정말 바닥인 듯 했다. 말 좀 했다고 이렇게 피곤할 줄이야. 쵸로마츠는 감기는 눈을 뜨려고 노력했다. 지금 자버리면 목욕탕을 갈 타이밍을 놓쳐 버릴 것같았다. 이런 찝찝한 몸으로 자는 건 싫으니까.


"아, 창문? 알았어."

"...응"


생각보다 순순히 대답하는 오소마츠에게 의문을 가졌지만 그래 적어도 이렇게 써먹었으면 잘 대해줘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오소마츠가 일어나 창문 쪽으로 가는 소리를 들으며 쵸로마츠는 곧 있으면 얼굴에 느껴질 상쾌한 바람을 상상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상쾌한 바람은 커녕 바깥의 냄새마저 다가오지 않았다. 신경질적이게 눈을 뜨자 자신의 시야에 가득 찬 연인의 얼굴이 가득 찼다. 쵸로마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을 따라하는 연인의 모습은 자신과 똑 닮아 있었다. 그야 당연하지 쌍둥이니까. 


각자 조금씩 예를 들어 눈동자의 크기라던가 눈썹의 굵기같은 사소한 부분이 달랐지만 마음먹고 비슷한 표정을 지으면 똑같아 보이곤 했다. 쵸로마츠는 자신을 따라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평소 그의 표정을 따라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개구지게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아. 그거 싫다."


오소마츠가 그의 이마에 입을 쪽 맞췄다. 좋다. 싫다의 피드백이 빠른 사람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행동에 곧바로 싫다는 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어 쵸로마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봤다.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입은 그대로 였지만. 오소마츠의 얼굴은 평소처럼 돌아와있었다. 아니 평소에서 좀 더 심기가 불편한 표정이었다.


"나도 싫어."


쵸로마츠의 의외의 말에 오소마츠는 그의 콧등에 입을 쪽 맞췄다. 여전히 비슷한 표정을 한 채로 자신의 밑에 누워있는 연인은 아마 방금 자신이 한 표정을 제일 좋아할 것이다. 이런 표정을 하면 벌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거나 마주 수줍게 웃거나 괜시리 화를 냈으니까. 거짓말을 못하는 순진한 사람이니까. 알 수 있다. 어쭈. 거짓말이라 이거지? 거짓말인 것이 빤히 보이지만 괜히 모르는 척 한 번 더 떠보았다.


"뭐가?"

"이렇게 웃는 창문 안 열어주는 사람."


쵸로마츠는 더 이상 웃을 힘도 없는지 얼굴을 풀고 자신의 광대뼈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귀여운 말에 다시 표정이 풀어진 오소마츠는 그 위로 엎드렸다. 아직 열기가 담겨있어 후끈한 두 개의 몸이 겹쳐졌다. 그러니까. 덥다고.


"창문-."

"형아도 힘 없어-."


웃기고 있네. 옷까지 다 챙겨입고 잡지도 보던 사람이. 쵸로마츠는 더 말 할 기운도 없었다. 팔을 올려 오소마츠의 머리를 매만졌다. 사락사락. 부드러운 머리칼은 아무 향도 나지 않았다. 아마 자신과 같은 향이 나기에 알지 못하는 거겠지. 익숙한 향에는 반응을 하지 않으니까.  같은 샴푸에 같은 비누, 같은 세제, 같은 섬유유연제. 같은 향기. 같은 얼굴. 형제.


익숙한 것은 무디게 한다. 냄새뿐 만이 아니라 상황같은 것들도. 지금 이 관계와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지속되자 무뎌졌다. 상황의 이상함이라던가, 불안감. 그래서 조금 방심했던 것같다. 무뎌진 것은 우리들 뿐.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에겐 아니라 이거지. 우리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우리만의 향이 날 거야. 우리만 모를 뿐이지. 그 향기가 좋은지 아닌지. 


쵸로마츠는 다 벗은 자신의 상체에 닿는 빨간 후드티의 감촉을 좋아했다. 자신의 것과 같은 것이매도, 주인이 다르다는 것은 좋았다. 은근히 배어있는 담배 냄새나, 약간의 땀냄새도. 오소마츠는 섹스 후 곧바로 옷을 입는다. 곧바로 벗는 한이 있어도. 후를 즐기는 것은 항상 옷을 다 챙겨입고 나서다. 그것은 아마 쵸로마츠를 위한 배려이리라. 개인의 방이 없고, 많은 형제 탓에 둘만의 공간이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언제 불쑥 들어올지 모르는 것에 불안해하는 쵸로마츠를 위해 그는 항상 옷을 입는다. 애초에 좀 더 배려한다면, 방을 잡거나 하겠지만. 오소마츠는 자신의 분수를 잘 안다. 할 수 있는 한에서 그리고 자신이 내키는 정도의 배려를 한다.  쵸로마츠는 그 적당한 배려가 좋았다. 부담스럽지도 않고, 배려라는 느낌도 덜해 보답이라는 개념을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그냥 그것은 그의 일상이었다. 장남의 일상같은 배려 속에서 섬세한 쵸로마츠는 살아가고 있었다.


상쾌한 바람을 얻지는 못하지만 약간의 안정감은 얻을 수 있으니까. 쵸로마츠는 손을 뻗어 바닥에 널부러진 자신의 셔츠를 집었다. 그것을 눈치챈 오소마츠가 겹친 몸을 일으켰다. 셔츠를 가까이했지만 도저히 입을 기력이 없었다. 그는 체력이 없는 편은 아니다. 솔직히 또래의 친구들 보다는 훨씬 좋은 편이었다. 여느 남자 형제가 많은 집 처럼. 보자 오늘 몇 번을 했더라. 아침에 두 번. 점심 먹고 계속 이러고 있었으니까. 고개를 돌려 바라본 창은 해가 졌는지 어둑해졌다.


쵸로마츠는 밤의 공기를 떠올렸다. 서늘하지만 무언가 상쾌한 공기. 바람이라도 불면 낮과는 다른 향기가 나고 기분이 좋았다. 창문. 열었으면 좋겠는데. 시선을 내려 셔츠를 향했다. 단추를 일일히 잠굴 생각을 했다. 익숙한 일상을 가까이서 보면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다. 일어나서 셔츠를 입고 일곱 개의 단추를 잠구고 소매의 두개의 단추를 잠구고 저 옆으로 던져진 후드티를 입고 아 그러고보니 바지도 제대로 입어야되는구나. 벨트도. 아.


오소마츠는 여전히 누운 채로 셔츠만 꼭 쥐고 있는 쵸로마츠를 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다 보였다. 입혀주길 바라는 거겠지. 쵸로마츠는 똑 부러지게 자신의 것을 잘하고 어른스레 행동하지만 조금만 피곤하거나 몸이 안좋으면 어리광이 늘어난다. 어쩌면 평소의 토도마츠보다도 더. 그녀석은 자기 일은 다 하는 편이니까. 하지만 피곤한 쵸로마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그렇다고 보채지도 않는다. 단지 그러고 있는 것뿐이다.


오소마츠는 몸을 일으켜 쵸로마츠의 팔을 잡고 그를 앉혔다. 늘어진 수건처럼 가만히 있는 그를 자신의 품에 안기고 얼르는 소리를 내며 셔츠를 입혔다. 안은 채로 단추를 잠구니 전혀 진전이 없었다. 흐음. 오소마츠도 사실 조금 지쳐있었다. 아침부터 이런 짓을 수 없이 해댔으니 어쩔 수 없는걸. 그는 단추를 잠구는 것을 관두고 열려진 셔츠사이에 손을 넣어 가슴을 주물거렸다. 반응이 없던 그가 움찔했다.


"아파-"

"응. 젖몸살이야?"

"..웃기지마."


그 말에 쵸로마츠는 품에서 나와 단추를 잠구기 시작했다. 갈 곳을 잃은 오소마츠의 손은 자신의 뒷 머리를 긁었다. 셔츠를 입자 더 더운지 쵸로마츠는 후드를 입을 생각도 않고 창을 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가 생각해온 대로 얼굴을 간지럽히는 시원한 바람에 미소를 지었다. 


"시원하네."

"거봐. 내가 열라고 했을 때 열었으면-."


더 빨리 알 수 있었잖아. 마치 네가 나에게 먼저 알려줬던 것처럼. 이 관계의 시작처럼. 이 관계. 둘의 감정을 먼저 눈치챈 오소마츠가 시작한 관계. 이 이상하고 묘한 감정을 익숙한 것으로 만들어준 그의 일상적인 배려. 물론 쵸로마츠는 아까의 오소마츠처럼 여는 것을 조금은 망설였다. 뭐 바깥 공기가 상쾌한 것은 모르는 거니까. 혹시 더워진 날씨에 습하고 끈적한 공기가 들어오지는 않을까. 미처 지지못한 해가 열기를 뿜고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이것을 열면 더 이상 넘을 수 없는 벽을 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고 상쾌했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은 행복을 알려줬다. 둘 중의 하나가 확신을 하고 행동을 한다면 행복한 결과가 나오곤 했다. 지금과, 지금을 만들어 준 그때처럼. 쵸로마츠는 어느새 옆으로 온 오소마츠를 봤다.


좋아해. 입모양으로 말한 것을 그는 들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감정은 바람을 타고 충분히 전해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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